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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도감
청일전쟁(1894~1895년)에서 승리한 일본에서는 정한론이 더욱 힘을 얻었고, 이 여파로 조선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사진을 통해 객관적인 실체로 만들어졌는데, 재조선 일본인 사진사들이 그 일에 앞장섰다. 조선인들의 생활상과 풍속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이 이미지들은 일본식 오리엔탈리즘의 시각에서 바라본 미분화되고 정체된 조선사회와 그 습속을 보여준다.
일본인 사진사들에 의해 촬영된 이러한 모습들은 사진으로 제작되어 관광상품으로 서양인이나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판매되었다. 그 뿐만 아니라 사진엽서나 사진첩의 형태로 대량 유통되었는데, 사진이미지 속에 재현된 개별 조선인은 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이 속한 신분, 계급, 계층, 직업, 연령, 성(性) 등을 대표하는 표본이 되었다.
당시 대표적인 엽서제작소였던 히노데상행(日之出商行)와 서점이자 출판소였던 일한서방(日韓書房)에서는 각각 사진엽서와 사진첩을 발행하면서 조선인들의 모습을 담았는데, 조선인에 대한 ‘식민지 아카이브’라고 할 정도로 그 수량이 방대하다. 이들 인쇄물에 등장하는 조선인들은 대부분 정면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정면성은 서양인들에 의해 비문명인의 포즈로 알려진 타자의 재현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