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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신궁
남산에 세워진 조선신궁은 경복궁을 완전히 가린 채 절대 권력의 자리를 차지한 조선총독부청사와 더불어 공간적으로 경성 전역을 위압하면서 종교사상적 통제와 지배를 위한 상징 공간이었다. 이 둘은 물리적 통제와 정신적 통제의 쌍두마차로서 상징권력의 표상으로 강력하게 서로 마주보며 자리 잡았다. 조선총독부청사가 세워지기 1년 전인 1925년 남산의 대단위 지역에 세워진 조선신궁은 일본 황실의 조상신인 아마테라스 오미카미(天照大神)와 메이지천황(明治天皇)을 제신(祭神)으로 안치한 신사로, 신사 중에서도 가장 등급이 높은 관폐대사(官弊大社)로 지어졌다.
1925년 10월 완공된 조선신궁의 건립을 기념해 조선건축회에서는 그해 12월 『조선신궁사진도집(朝鮮神宮寫眞圖集)』이라는 사진집을 발행했다. 쿠보 사네미츠(久保實光)가 저자로 되어 있는 이 책에는 조선 신궁의 전경, 참배로, 표지석(社號標), 돌계단, 등롱, 광장, 도리이(鳥居), 주요 건물(社殿)과 부속 건물, 경찰관출장소, 휴게소 등을 촬영한 48점의 사진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사진들은 일본인 사진사 무라카미 텐고(村上天紅, 무라카미 텐신(村上天眞)의 아들)가 촬영했다.
조선신궁은 1945년 일제 패망 직후 일본인들에 의해 해체·철거되었고, 본전은 소각되었다. 미군정기에 조선신궁 터는 대규모 정치집회가 열리는 장소로 활용되기도 했으며, 1956년에는 이승만대통령의 동상이 건립되었다가 4·19혁명 때 철거되었다. 1968년 남산공원이 조성되면서 그 자리에 남산식물원(1968년 개관)과 남산소동물원(1971년 개관)이 들어섰으나 2006년 ‘남산 제모습 가꾸기 사업’에 따라 철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