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전시

세대 공감-최달용의 서울살이

세대 공감-최달용의 서울살이

전시기간
2020-12-08 ~ 2021-04-25
전시장소
서울생활사박물관 기획전시실

아버지 세대 청년시절의 일상과 마주하는

서울생활사박물관 기획전 「세대 공감 - 최달용의 서울살이」

 

인간은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시공간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언제나 다른 시대상을 마음속에 품고 있는 여러 세대들이 공존하고 있다.

 

서울생활사박물관은 서울의 삶을 함께 기억하는 전시를 통해 다양한 세대가 소통하고 교감하는 세대 공감의 장이 되고자 합니다. 20세기 후반 서울과 서울살이는 너무나 급격한 변화를 겪었고, 그 변화는 해방둥이 서울사람들의 삶에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해방둥이들의 삶은 ‘한강의 기적’이라는 경이로운 성취를 이룬 한국사회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합니다.

해방둥이 서울사람 최달용의 학교·직장·결혼 생활 등을 통해 1950~70년대의 서울살이를 공감해 보고자 합니다. 최달용님은 서울과 함께한 인생을 기록하기 위해 평생 개인자료들을 수집하셨고, 그 중 일부인 1,181건을 서울역사박물관과 서울생활사박물관에 기증하셨습니다. 청년 시절 최달용이 살아내었던 매일매일의 일상과 중요한 인생의 변곡점들을 함께 들여다보면서 당시 서울의 시대상과 ‘아버지 세대’의 청년 시절 삶을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1부 서울과 해방둥이의 성장

한국 현대사는 세계사를 뒤흔든 두 차례의 전쟁인 아시아태평양전쟁과 한국전쟁과 더불어 시작되었다. 1945년, 만 35년간의 기나긴 식민통치에서 해방된 감격의 환호성과 더불어 세상에 태어난 해방둥이들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처음 맞닥뜨려야 했던 세상은 이처럼 가난하고 참담한 현실이었다. 만 3년간 계속된 전쟁은 1953년 휴전협정과 더불어 끝났지만, 전후 복구는 더뎠다. 사람들은 전쟁의 상흔과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쳤지만, 1950년대 내내 정치는 혼란스러웠고 살림살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4·19혁명과 5·16군사정변을 거쳐 박정희 정권이 등장하고, 한일수교와 월남전 파병이 단행된 1960년대 중반에 접어들어서야 한국경제는 성장의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해방둥이들은 청소년기에 정치적 격동의 현장에 참여한 4·19세대이자, 한국경제의 성장을 이끈 산업화의 첫 세대였다.

 

2부 피난 셋방살이에서 변리사가 되기까지

최달용은 광화문 인근에서 2남 3녀 중에 넷째로 태어났다. 5살 때 6·25가 일어났는데, 그는 전쟁을 느닷없는 쏟아지는 폭격의 공포와 시시때때로 울리는 사이렌 소리의 불안감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의 가족은 1950년 12월 경부선 열차에 올라타고 뒤늦은 피난을 떠났다. 대구에서의 피난생활은 집주인의 눈칫밥을 먹는 서러운 셋방살이, 교실도 없는 학교에서 운크라에서 기부받은 종이에 인쇄된 교과서로 공부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종전 이후 그는 가족과 함께 서울로 돌아와 신당동의 어느 다세대 불량주택에서 십여 가구와 함께 살았다.

최달용은 국민학교 6학년인 1958년에 드디어 정규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입시지옥’의 10대 학령기를 거쳤다. 가난한 가정 형편에도 굴하지 않고 최달용은 학업을 마쳤고, 취업과 결혼을 통해 가정을 일궜다. 절대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한 경제성장이 최우선 과제였던 1960~70년대 사람들은 정부 주도적인 ‘위로부터의 근대화’ 노선에 따라 배 곪지 않고 잘 살기 위해 밤낮 없이 일했다. 시련과 역경을 딛고 자수성가에 성공한 해방둥이들의 삶은 ‘한강의 기적’이라는 경이로운 성취를 이룬 당시 한국사회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한다. 청년 시절 최달용의 삶을 담아낸 기록과 자료를 통해 1950~1970년대 해방둥이들의 삶의 궤적을 살펴보고자 한다.

 

3부 우리, 서울에서 살아가다.

현대 한국의 사회변동을 흔히 ‘압축 근대화’라 일컫는다. 이는 20세기 초중반 식민화와 전쟁의 시련을 딛고 짧은 기간에 초고속 경제성장과 정치적 민주화까지 성공적으로 달성한 한국사회의 변화가 비견할 예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급속하게 진행된 독특한 사례임을 의미한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은 서울이 바로 이 압축 근대화의 주 무대였음을 뜻한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된 해인 1962년 100달러에도 못 미치던 1인당 국민소득이 40년만에 1만 달러로 100배 이상 늘어났듯이, 1953년 100만 명도 채 되지 않던 서울의 인구는 40년도 채 되지 않아서 그 10배인 1000만 명을 넘어섰다.

20세기 후반의 반 세기동안 서울이 경험한 상전벽해(桑田碧海)의 변화상은 그 격동의 시공간을 마음속에 원풍경(原風景)으로 담은 여러 세대들 간에 천양지차(天壤之差)로 다른 가치관과 세계관을 빚어냈다. 1930년대에 태어난 식민지·전쟁 체험 세대, 1950년대에 태어난 산업화 세대, 1960년대에 태어난 민주화 세대, 1980년대에 태어난 탈냉전·정보화 세대, 1990년대 이후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등등. 인간은 누구나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이기에 자신에게 주어진 시공간에 적응하여 살아간다. 오늘날 서울에는 ‘한강의 기적’의 출발점과 도착점 간의 거리만큼이나 서로 다른 시대상을 마음속에 품고 있는 여러 세대들이 공존하고 있다. 동시대에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이들은 얼마나 다른 시대에 머무르고 있는 이질적 존재들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