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전시

경춘선, 엠티의 추억

경춘선, 엠티의 추억

전시기간
2021-06-08 ~ 2021-10-03
전시장소
서울생활사박물관 기획전시실

서울생활사박물관 인근의 명소가 된 ‘경춘선숲길’을 달렸던 경춘선과 서울사람들의 기차 여행과 엠티(MT, Membership Training) 문화를 돌아보는 서울생활사박물관 기획전 「경춘선, 엠티의 추억」을 마련하였습니다. 근교 여행지이자 엠티의 명소였던 대성리, 청평, 강촌 등으로 떠났던 기차 여행과 엠티의 낭만과 추억을 소환합니다.

 

서울과 춘천을 잇다

1939년 7월, 서울과 춘천을 잇는 경춘선이 개통되었습니다. 경춘철도 부설은 1920년대에 논의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춘천은 강원도청 소재지이자 경성에서 가까운 지방도시였지만 근대적 교통수단인 철도는 부설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철원은 금강산선과 경원선이 개통되었기에 그 이유를 들어 도청을 이전하자는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춘천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경춘철도 부설운동이 전개되었습니다. 하지만 조선총독부는 예산부족으로 경춘선 국철 부설은 어렵고 다만, 지역민이 주도하는 사철(私鐵, 사유 철도 또는 사설 철도) 부설에는 긍정적 입장이었습니다. 결국, 사설 철도 회사인 경춘철도주식회사에 의해 경춘선이 개통되었습니다. 그리고 광복 다음 해인 1946년 미군정에 의해 국유화되었고, 그렇게 70여 년을 달린 경춘선은 복선전철화에 따라 2010년 12월 마지막 운행을 마치고 전 구간이 전철화되어 수도권 전철로 편입되었습니다.

 

기차타고 알뜰 여행

고도 성장기로 접어들면서 도시 사람들은 여가를 즐기기 위해 야외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생업과 일상을 벗어나 여가를 즐기기 위한 피서와 바캉스가 새로운 문화가 되었습니다. 샐러리맨들에게 여름휴가가 정착되자 많은 사람을 피서지로 실어 나르는 피서 열차가 편성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기차표를 구매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고, 많은 사람이 몰리는 피서 기차는 콩나물시루였으며, 초만원 승객으로 인한 고장으로 연착되기도 하였습다. 주말마다 행락객들은 교외의 산과 강으로 향했습니다. 서울에서 2시간 이내로 도착하는 경춘선의 근교 여행지들은 당일치기 여행 코스로 매우 적합했습니다. 기차요금과 도시락만 준비하면 알뜰하게 여행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인기 만점이었습니다.

 

젊은이들의 낭만 열차

1970~80년대에 대학생의 수는 점점 늘어났고, 1983년 12월 발표된 ‘학원자율화조치’로 인해 1984년부터 대학의 분위기는 달라졌습니다. 대학의 게시판이나 건물 벽이 대자보로 도배가 되었고 각종 유인물도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대학마다 무등록·비공개로 운영된 언더 서클이 공개 서클로 전환되었고, 서클 연합회 및 학과 단위의 학회가 증가했습니다.신학기가 되면 학과와 서클의 신입생 환영회가 있었다. 학기 중 엠티(MT, Membership Training)라는 이름으로 1박 2일 여행이 정례화 되어 우리나라 대학문화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수도권 대학생들이 가깝고 저렴하게 엠티를 갈 수 있는 강촌·남이섬·청평·대성리 등은 1970~80년대에 최대 호황을 맞았고 엠티의 대표적인 명소가 되었습니다. 1970~90년대 경춘선은 젊은이들의 낭만을 실어 나르는 엠티행 열차였던 것입니다.

 

-홍익대 동아리 ‘뚜라미’의 1987년 강촌, 엠티의 추억-

청량리역에서 11시 경 경춘선에 탑승하여 12시 30분 경 강촌역에 도착했습니다. 코펠, 버너, 칼, 준비물 등은 각자 나눠서 준비해 갔습니다. 당시 강촌역 근처에는 민박촌이 있었기에 역에 내린 뒤 걸어서 민박집에 도착하였다. 1층은 상가, 2층은 큰 거실 하나에 방 한 두개가 딸린 민박집이었고, 이곳을 통째로 빌려서 묵었습니다. 민박집 마당에서 다 같이 요리를 해 먹었습니다. 짐을 풀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은 조를 나눈 것이었습니다. 같은 조원끼리 식사도 준비하고 장기자랑도 준비했다. 30명의 인원을 4개 조로 나누었습니다.

_87학번 박○○

경춘선의 기억을 걷다

1970~80년대의 경춘선에는 청년 시절 엠티와 데이트의 추억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의 추억 속으로 사라진 경춘선 완행열차는 아련합니다. 이제 우리는 기차가 달렸던 경춘선숲길을 걸으며 경춘선과 우리들의 찬란했던 그 시절을 기억해봅니다. 경춘선은 ‘아무 계획도 없이 무작정’ 일상을 벗어나는 일탈이었으며, 젊은이의 이상향이었던 ‘춘천으로 나를 데리고 가는’ 열차였습니다. 가수 김현철의 인터뷰는 <춘천 가는 기차>(김현철 작사 작곡, 1989)에 담긴 그 시절의 감성을 들려줍니다. 그 기억과 낭만은 아직도 경춘선숲길에 남아 숨 쉬고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