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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
개항 이후 조선에 건너온 서양인들이 거리에서 자주 목격한 조선인들 중의 하나가 장인 또는 직공들이었다.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여러 물건들을 전문적으로 제작하거나 수리하는 장인/직공들을 통해 조선의 수공업과 노동현장들을 살펴볼 수 있는데, 편자를 만들어 말발굽에 박는 편자공을 비롯해서 나무를 목재로 다듬는 일을 하는 목수와 생활용품인 다듬이방망이와 절구를 제작하는 장인, 그릇이나 농기구 등에 난 구멍이나 균열을 땜질하는 땜장이장인, 그리고 죽세공 장인, 목기장인, 대장장이 등 그 분야도 다양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많은 관심을 받은 이는 갓 장인으로, 노점에 앉아 갓을 만드는 장인의 사진이 서양인들의 여행기와 일제강점기에 발행된 사진첩과 사진엽서 등에 ‘모자세공’, ‘모자 수선공’, ‘모자가게’, ‘삿갓의 제조’ 등의 제목으로 다수 실려 있다. 그만큼 갓을 외국인들에게 신기한 모습으로 비춰졌던 것이며, 대다수 사람들이 갓을 비롯한 갖가지 모자를 쓰고 다녔기 때문에 미국의 천문학자 퍼시벌 로웰은 조선을 ‘모자의 나라’라고 칭하기까지 했다. 갓을 비롯해 갖가지 모자로 신분, 나이, 계급, 직업을 표시하던 ‘모자의 나라’ 조선에서 상투가 사라지면서 서양 모자가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상투와 갓을 대체한 단발과 서양 모자는 신식문명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로지 수공업적 방식으로 모든 작업을 수행하는 직공과 장인들은 오늘날 인간문화재로 평가받고 그 가치를 인정하지만, 당시 이방인의 눈에 그들은 원시적인 형태의 제작방식을 면치 못한 전산업사회 단계에 머문 조선 그 자체로 읽혀졌다.